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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3

윤동주,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2017. 4. 2.
윤동주, <편지> 윤동주,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2017. 4. 1.
윤동주,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 2017.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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