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3

드라마 '체르노빌' 리뷰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은 특히나 관점과 접근 방법이 중요한 것 같다. 극의 주인공은 발레리 레가소프, 당시 소련의 저명한 과학자이다. 관객은 그의 행적을 따라 사건을 관찰하고 몰입한다. 과학자의 시선을 통해 재구성된 이 사건은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는가? 이다. 물론 서브플롯들이 담아낸 다른 감정들도 많다. 소방관의 시선, 광부의 시선, 관료의 시선 등등.. 하지만 메인 플롯의 절정에는 주인공이 법정에 증언자로 서서 이 말도 안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명벽하게 증명해낸다. 그리고 이 말도 안되는 사건이 일어나도록 만든 '거짓'에 대해서도 일갈한다. 살면서 때때로 진실을 마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조직 구성원 간의 이해관계, 조직 관.. 2019. 8. 9.
무한도전 500회 특집 <무도리 GO> 리뷰 - , 추억이 담긴 장소와 증강현실 게임의 결합 무한도전은 시청자와 함께 늙어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의 도전과 성장의 경험을 시청자와 공유하며 한국예능의 역사를 새로 써 나가고 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출연진의 변동이 종종 있었지만, 무한도전의 대표 캐릭터인 유재석씨는 여전히 그 중심을 지키고 있다. 그는 어쩌면 김태호PD의 페르소나를 넘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생각에 과장을 보태자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곧 유재석씨의 태도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기획자가 보여주고 싶었던 '도전의 의미'는 유재석씨를 통해 가장 잘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능의 범주 안에서 그 의미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다른 캐릭터의 역할이.. 2016. 10. 17.
애니메이션 '서울역' 리뷰 (스포일러 있음) 작품 속 서울역은 노숙자로 가득찬 공간이다. 그 노숙자들은 병간호가 필요한 상황에서조차 짐짝으로 취급받는, 한마디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말살당한 존재. 작품은 사회의 그늘 속 인물들을 조명하며 서서히 이야기를 풀어간다. 노숙자들로부터 이 작품이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들은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 잠을 청할 '공간'으로서의 집이 없는 존재이자,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취할 '가정'이 없는 존재임을 동시에 뜻하기 때문이다. 서울역 곳곳에 좀비가 창궐하고, 겨우 도망친 긴 어둠의 터널에서 여주인공이 집에 돌아가고 싶다며 눈물을 훔칠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숙자는 자신은 돌아갈 집조차 없다고 갓난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린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없다. 영화의 중후반부,.. 2016. 10. 1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