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작품이었다.
작중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도, 육체적 정사씬도 나오지 않았지만,
누구나 짙은 사랑을 느낄 만큼 인물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안개는 시야를 가린다.
해준이 서래에게 느끼는 감정은 마치 안개처럼 그의 시야를 가린다.
전반부 기도수 사건(서래의 첫번째 남편이 구소산에서 추락사)은 해준의 관심으로 인해 범행의 진실을 가렸다.
후반부 임호신 사건(서래의 두번째 남편 피살)은 해준의 의심으로 인해 서래의 진심을 가렸다.
붕괴. 무너지고 깨어짐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할머니 폰 바꿔 드렸어요, 같은 기종으로.. 전혀 모르고 계세요.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해준은 서래에게 범행의 증거가 될 수 있는 핸드폰을 돌려 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지켜온 직업적 자부심을 버리고 스스로 붕괴를 선택했다.
“당신이 사랑을 말한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난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해준의 사랑이 직업적 신념과 맞바꾸어 붕괴되자 서래의 사랑은 시작되었고,
서래는 자신의 목숨을 맞바꾸어서라도 해준을 붕괴 이전으로 돌이키고자 했다.
“(핸드폰을) 버리라고 했잖아요. 아무도 못 찾게!”
“이걸로 재수사해요.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요.”
결심. 어떻게 하기로 자신의 뜻을 확실히 정함.
“아니, 왜 그런 남자랑 결혼했습니까?”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서래는 해준을 잊기 위해 새로운 남자와 결혼했으나, 결국 해준을 잊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미결. 어떤 일에 대한 방향이나 태도를 아직 분명하게 정하지 않음
“난 해준 씨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 봐요. 벽에 내 사진 붙여 놓고, 잠도 못 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해요.”
서래는 재수사를 통해서 해준을 붕괴 이전의 삶으로 돌이키고 싶었고, 자신의 목숨을 맞바꾸어서라도 해준의 기억 속에 영원히 미결 사건처럼 남고자 했다.
모호. 분명하지 않고 흐리터분함.
안개로 인해 가려진 시야는 사물의 경계를 불분명하고 흐리터분하게 보이게 만든다.
따라서, 어디까지가 그 대상인지 무척 모호해지게 된다.
그건 작품 속 진실도, 사랑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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