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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요람

by CADRIT 2025. 5. 10.

텅 빈 요람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언제부턴가 들리지 않는다
그네는 멈춘 채 녹슬고
모래밭엔 발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학교는 문을 닫았다
교문은 다시 열리지 않고
칠판엔 마지막 인사만 남았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떠나는 학생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놀이터 미끄럼틀엔
비닐이 감겨 있었다
철거 예정이라는 팻말이
바람에 나부꼈다

결혼식장은 폐업했고
그 자리에 요양원이 들어섰다
하얀 드레스 대신
흰 병상 위에 누운 사람이 늘었다

산부인과 대기실엔
빈 의자가 늘어간다
태어난 아이의 울음 대신
떠나는 이의 헐떡거리는 숨만
귓가에 메아리친다

요람은 텅 비어 있고
그 곁을 누구도 지키지 않았다
우리는 태어나지 않을 미래를
체념한 채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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