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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갈등은 어디까지 왔는가?

by CADRIT 2018. 6. 12.

젠더 갈등은 어디까지 왔는가?

- 혜화역 시위를 보며 느낀 점-




 

- 혜화역에서, 여성들이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6월 9일, 약 3만여명의 생물학적 여성들이 혜화역 거리로 나왔다.

 그들이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짧게 말하자면, 이른바 '몰카 편파수사에 대한 규탄'이다.

 현 수사당국이 남성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만 관대하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차별적 행태를 규탄하고, '동일 범죄, 동일 수사'를 기치로 내걸어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 성차별 편파 수사는 사실과 다르다


 

 여성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지만, 성차별 편파 수사는 사실과 다르다.

 5월15일자 조선일보 기사에서 인용한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2~2017년 검거된 몰카 범죄자 중 남성 피의자는 2만924명이며, 여성 피의자는 523명이다.

 불법촬영(몰카) 범죄 총 검거율은 약 94.6%이며,

 남성 구속률(남성 피의자의 2.6%)이 여성 구속률(여성피의자의 0.8%)보다 약 3배가 높다.

 물론 구속률이 수사의 편파성 여부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 수사당국이 남성 범죄자에게만 유독 우호적인 건 아니라는 의미는 찾을 수 있다.

 그러면, 현 상황을 편파 수사로 체감하게 만드는 여성들의 불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 몰카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다


 

 여성들은 성차별적 편파 수사를 규탄하고 있지만,

 필자 생각엔 몰카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더욱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5월17일자 한국경제 기사와,

 5월28일자 경향신문 칼럼을 인용하여 필자의 의견을 대신한다. (출처가 된 기사는 본 글의 마지막에 URL주소를 남기겠다.)


 

 " 2016년 9월 한국여성변호사협회는

2011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서울 지역 법원에서 선고된

불법촬영 사건 판결 1540건을 분석해 발표했다.

 그런데, 1심 양형을 살펴보면 벌금형 71.97%, 집행유예 14.67%, 선고유예 7.46%,

징역형은 5.32%에 불과했다.

 심지어, 벌금형 선고액도 300만원 이하가 79.97%였다.

 양형이 약하다 보니 재범률도 높다.

같은 기간 기소된 몰카 범죄자 중 초범은 절반을 밑도는 46.17%에 불과하다.

 경찰과 검찰의 몰카 범죄에 대한 대처도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6년간 검거된 피의자 2만1447명 중 구속된 사람은 542명(약 2.5%)에 머물렀다.

 구속이 능사는 아니지만,

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수사기관의 인식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몰카범죄 근절이 그들의 최종 목표일까?


 

 위 사실을 고려해보면, 시위에 어울리는 구호는 ‘동일범죄, 동일수사’ 보다는

 오히려  ‘몰카 범죄자 처벌 강화’라는 구호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유독 ‘편파적’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을까?

 그리고 그 때, 필자 머리속에 궁금증이 하나 스쳐 지나갔다.

 '과연, 그들의 최종목표가 몰카범죄를 근절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다.


 

 만약에, 몰카범죄 근절이 집회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면,

 그들은 더 나아가 무엇을 추구하려고 하며,

 또한,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집단의 유형을 나눌 수 있다면,

 어떻게 그들을 구분할 수 있을까?



 

-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아래는 필자가 품었던 의문에 대해 스스로 답한 내용이다.

   필자는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방향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을 해 보았다.


 

    1) 신체적 위협으로부터의 자유와 사법적 평등

    2) 신자유주의적 혐오에 대한 저항

    3) 여성우월주의, 남성 혐오


 

  신체적 위협으로부터의 자유와 사법적 평등

  첫 번째 유형은 말 그대로 여성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신체적 위협으로부터 자유를 누리고,

  법 앞에 평등한 인격체로서 존재하고 싶은 욕망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견도 없다.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함에 동의한다.

  모든 여성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혐오에 대한 저항

  두 번째 유형부터는 조금 까다로워진다.

  신자유주의 기조에 따른 지나친 경쟁이 사람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는데,

  이후, 기득권에 안착하지 못한 일부 남성은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못함을 주장하며(사회적 약자의 무임승차를 주장),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담론을 만들어냈다.

  여성들은 이러한 경향에 대한 저항으로 '미러링'이라는 수단을 택했고,

  남성의 부당한 혐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세상을 추구하게 되었다.


 

  여성우월주의, 남성 혐오

  세 번째 유형은 두 번째 경우에서 좀 더 나아가, 보다 파괴적으로 변화한 유형이다.

  남성 중심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현 세계의 질서는 모두 잘못되었으며,

  여성이 권력을 잡는 세상이 와야,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적 가치가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모든 남성을 적대적 존재로 간주하고,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기성사회의 권력구조를 전복하여

  여성 우위의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고자 한다.


 

 위 언급한 세가지 유형은 필자가 논지를 전개하기 위해 편의상 구분한 것으로서,

 실상은 한 명의 여성이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생각일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만약 이렇게 세 가지 유형으로 집단을 구분할 수 있다면

 이 중에 경계해야 할 유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고 싶었다.



 

- 젠더 갈등은 사회적 의제 설정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의제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주제가 사회적 의제(Agenda)로 설정되어야 한다.

 미디어와 대중이 관심 갖지 않는 이슈는 사장(死藏)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여성들이 광장으로 나오고, 미디어와 대중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어,

 비로소 ‘젠더 갈등’이 사회적 의제로 설정이 된다면,

 아마 현재 논의되고 있는 쟁점들 중 많은 수가 비교적 쉽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렇지 않고 이 갈등이 계속 이슈의 바깥을 맴돈다면,

 앞서 말했던 파괴적인 세번째 유형이 계속 여성들의 공감을 얻으며 음지에서 세력을 확장해 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바이다.

 언젠가 미디어에서 펼쳐질 성숙한 시민들의 토의를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경향신문] '몰카범죄' 누적된 사법불신... 터져나온 여성판'이게 나라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281751001&code=990100


몰카범죄 검거율 95% 달하는데... 여성들 분노 왜?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051763691


[팩트체크] 남성이 피해자인 '홍대누드몰카'수사, 빨랐던 진짜 이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5/2018051501038.html


[논문] 메갈리안들의 '여성' 범주 기획과 연대 - 중요한건 '누가' 아닌 우리의 '계획'이다


[논문] 혐오의 정동경제학과 페미니스트 저항 - '일간베스트', 메갈리아', 그리고 워마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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