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신자유주의와 아기상어가 썩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까지 오른 이 ‘상어가족’의 노랫말을 함께 읽어 보자.
아기상어- 귀여운- 바다 속- 아기상어
엄마상어- 어여쁜- 바다 속- 엄마상어
아빠상어- 힘이 센- 바다 속- 아빠상어
할머니상어- 자상한- 바다 속- 할머니상어
할아버지상어- 멋있는- 바다 속- 할아버지상어
우리는- 바다의- 사냥꾼- 상어가족
상어다- 도망쳐- 도망쳐- 숨자! (으악!)
살았다- 살았다- 오늘도- 살았다(휴-)
신난다- 신난다- 춤을 춰- 노래 끝! (오예!)
상어가족 속 아기상어는 귀여운 존재일까?
이번에는 상어가족의 노랫말과 강한 대비를 이룰 수 있는 또 하나의 애니메이션, 꼬마 자동차 붕붕의 노래를 소개하려고 한다. 국내에는 1985년 KBS에서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이지만 가사나 멜로디는 일본작의 원곡을 번안하지 않고 국내에서 새롭게 창작을 하였다고 한다.
붕붕붕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왔다.
붕붕붕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
엄마 찾아 모험 찾아
낯설은 세계 여행
우리도 함께 가지요.
꼬마차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꼬마차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귀여운 꼬마 차는 친구와 함께
어렵고 험한 길 헤쳐 나간다.
희망과 사랑을 심어 주면서
아하! 신나게 달린다.
귀여운 꼬마 자동차 붕붕!
이제, 아기 상어와 꼬마 자동차를 대조하여 살펴보자.
꼬마 자동차는 알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누군지도 모르는 삶이 주어졌지만,
아기 상어는 태어날 때부터 바다 속의 최상위 포식자이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와는 달리,
아기 상어는 든든한 가족과 함께 연약한 물고기들을 사냥하러 다닌다.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 진화론(Social Darwinism)’을 바탕으로 한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약육강식의 논리를 정당화하며 서민의 삶을 파괴했다.
‘상어가족’은 약육강식의 자연 질서 있는 그대로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꼬마 자동차 붕붕은 자신의 엄마를 찾아 세계 속으로 떠난다.
어렵고 험한 길을 친구와 함께 헤쳐 나가며, 주변에 희망과 사랑을 심어 준다.
아기 상어는 꼬마 자동차와 달리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주거와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 등으로 전통적 가족 형성이 와해되고 있는 현실 세계의 삼포세대와 달리
아기 상어는 조부모·부모로부터 공고한 기득권을 세습 받아, 온 바다 속을 군림하고 있다.
상어가족에 쫓기는 물고기들은 작품 내 무기력한 주변부 인물로서
이들이 가족을 형성했다는 어떠한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이 물고기들은 철저히 파편화된 개인의 집합체로서
매일매일 상어로부터 도망쳐 숨는 생활을 하고 있고,
다만 하루하루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춤을 출 뿐이다.
작품을 보는 아이들은 연약한 물고기보다는 귀여운 아기상어에 감정이입을 하며 자신을 동일시하지만
이들 상어가족과 같은 사회적 엘리트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필자는 상어가족과 꼬마 자동차 붕붕 사이의 우열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상어가족이 열등한 작품인 것도 아니고, 꼬마 자동차 붕붕이 우월한 작품인 것도 아니다.
다만, 오늘날 세계의 주류 질서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철학이
문화 깊숙이 들어와 이제는 대중의 기호 속에도 반영되었다는 사실을 되짚고 싶었다.
이제 다시 독자에게 묻고 싶다.
아기상어는 정말 귀여운 존재일까?
'Outpu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이점과 공통점, 그리고 공화주의 (0) | 2019.11.12 |
---|---|
MBTI 검사 척도 중 직관형/감각형에 대한 고찰 (2) | 2019.11.07 |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온 신자유주의 (0) | 2019.10.28 |
상당산성 자연휴양림 숙박 후기 (0) | 2019.08.28 |
지게차 운전기능사 합격 및 면허 발급 후기 (0) | 2019.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