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필자는 MBTI 검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인간의 정보 인식 경향을 두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바로가기 링크)
MBTI 검사 척도 중 직관형/감각형에 대한 고찰
MBTI 검사는 아래와 같은 4가지 척도에 따라 인간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1) 외향형(Extraversion) - 내향형(Introversion) 2) 감각형(Sensing) - 직관형(Intuition) 3) 사고형(Thinking) - 감정형(Fee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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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이점을 인식하려는 경향
2) 공통점을 인식하려는 경향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두 가지 유형에 대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흑백으로 경계선을 그으려는 시도는 아니다.
누구나 두 가지 경향을 혼합하여 정보를 인식하고 있다.
다만, 지금부터 다룰 '인간의 상상적 결과물'이
어디에 더 많은 뿌리를 두었을까, 하는 점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 모든 궁금증의 출발은 이것이다.
'저 서로 다른 두 가지 경향성이 인간의 가치 기준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정리해본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두 가지는 '자유'와 '평등'이다.
'자유'의 가치가 인류의 오랜 역사를 거쳐 중대한 가치로서 인정받는 과정을 살펴보면,
외부로부터의 구속과 간섭에서 벗어나는 게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
설령 남과 '다른 것'을 추구하더라도 함부로 통제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의 가치는 다양한 인간의 개성과 문화를 꽃피우게 만들었다.
그럼, '평등'의 가치는 어떤가.
왕이든 신하든, 부자든 빈자든, 군인이든 성직자든,
인종, 성별, 재산, 신분과 상관없이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러한 '평등'의 가치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기 '다른' 개성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자유'의 가치가 확립된 반면,
누구나 '동등'한 인격적 존엄성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평등'의 가치가 확립된 것은
앞서 논의했던 두 가지 경향과 매우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자유와 평등은 현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탱하는 두 기둥인데,
두 가치 모두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러한 자유와 평등의 대칭 구조 속에서
한 쪽으로만 무게중심이 극단적으로 이동했을 때는
두 경우 다 '전체주의'가 태동한다는 사실이다.
차이점을 인식하려는 경향에서 사람들을 인종·민족을 나누어 '차별'하기 시작하면,
히틀러의 나치와 같은 전체주의로 변질될 수 있고,
공통점을 인식하려는 경향에서 사람들의 이념과 사상을 '획일화'하기 시작하면,
스탈린의 소련과 같은 전체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
왜 이런 결과가 일어나게 될까?
앞서 말했듯이 자유와 평등은 모두 '개인'의 존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공동체'의 존엄성에는 가치가 덜 실리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와 평등의 균형이 깨지는 시점이 되었을 때는
자유 혹은 평등의 가치가 더이상 '개인의 존엄성'을 지켜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결핍되어 있던 '공동체의 존엄성'에 대해 '과잉' 추구하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전체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이후 세계적으로 혼란했던 시기에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에서 각각 등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와 '평등'의 가치 사이에서
이 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또 다른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공화'의 가치이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설명한다.
'민주(주의)'는 앞서 이야기 한 '자유'와 '평등'의 두 가치를 담고 있는데,
그러면 '공화(주의)'는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 걸까?
'공화(주의)'의 핵심은 '힘의 분리'이다.
'군주정'이든, '소수정'이든, '다수정'이든 힘이 어딘가로 몰리게 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힘을 분리하여 서로를 견제하도록 만드는 것이 '공동체'를 위해 좋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권력기관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나뉜 것은 이러한 '공화'의 가치가 반영된 결과이다.
공화주의는 이처럼 '공동선'을 추구하므로 자유와 평등이 담아내지 못한
'공동체'의 존엄성을 보호해줄 수 있게 만든다.
앞서 예를 든 전체주의가 '전체'를 지향하지만 권력이 '집중'되어 전체를 파멸로 이끌었던 것에 반해
공화주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권력을 '분산'하여 상호 '견제'한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지금 세계의 주류 질서는 명실공히 '신자유주의'이다.
자유와 평등의 저울에서 이미 '자유'를 향하여 추가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을 잃어 버린 결과가 사회문화적으로도 반영되었다는 것을
필자가 처음 느낀 건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등장과 유행을 보고 나서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과잉 경쟁으로 초래된 불안한 삶을 살면서도
강자(사회적 기득권)의 논리를 지지하고 공감하며,
약자(전라도, 여성, 다문화)를 마음껏 차별하고 혐오하는 '자유'를 누렸다.
그 후, 이들의 혐오 표현에 반발하여 만들어진 여성 커뮤니티 '워마드'는
반대로 '평등'을 향해 강하게 기울어진 집단이다.
남성들이 여성들을 혐오하므로, 여성들도 '평등'하게 남성들을 혐오할 수 있으며,
가부장제 안에서 누렸던 모든 남성들의 권리에 저항하여
여성들도 '동등'하게 비혼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렇게 '획일화'된 이념과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 여성은
비록 생물학적 여성이라고 할지라도 <흉자>로 정의하고 비난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유'와 '평등'의 균형이 깨지는 시점이 오면
결핍되어 있던 '집단'에 대한 과잉 추구 현상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들의 행태 또한 '전체주의' 체제에서 보여진 '악의 평범성'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해당 커뮤니티가 추구하는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되며,
일말의 죄책감 없이 (집단을 위해) 악랄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 사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소위 '산업화' 세력이라 불리는 세대(1950년대생)와
'민주화' 세력이라 불리는 386세대(1960년대생)의 갈등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 이들이 줄곧 다퉈 온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의 논제는
결국 '자유'가 우선 가치냐, '평등'이 우선 가치냐의 논제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이 쯤에서 필자는 이야기를 정리하려고 한다.
지금 우리 시대에 주목해야 할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자유'일까? '평등'일까?
아니면, '공화'일까?
필자가 독자의 상상의 문을 열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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