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검사는 아래와 같은 4가지 척도에 따라 인간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1) 외향형(Extraversion) - 내향형(Introversion)
2) 감각형(Sensing) - 직관형(Intuition)
3) 사고형(Thinking) - 감정형(Feeling)
4) 판단형(Judging) - 인식형(Perceiving)
필자는 각각의 척도에 대해서 Input -> Output의 순서로 이해하였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검사결과 유형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외향형/내향형)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외부 정보에 대해 인식할 때
(감각형/직관형)의 성향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고, 그렇게 취득한 정보에 대하여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 기준(사고형/감정형)에 따라 결정을 하고,
이에 따른 행동을 자신의 습관적 생활양식(판단형/인식형)에 따라 수행하는 것.
MBTI의 척도에 대하여 이렇게 정리하고 난 뒤에,
필자가 주목하게 된 것은 '외부 정보에 대한 인식' 부분이다.
어떤 정보를 인식하고 수집하는 지가
그 다음 단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한 번 가정해보자.
중대한 M&A의 의사결정을 앞둔 한 기업의 CEO가 정보를 수집한다고 해보자.
부하 직원들의 보고서, 신용평가 기관의 평가 자료,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 등
여러 종합적인 사실을 다각도로 비교해 보고,
기회와 위험 중 더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선택할 것이다.
근데 만약, CEO가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편향적인 정보 뿐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과연 그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필자는 어떤 정보를 인식하고 수집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인식하는 방식인 감각형(Sensing)과 직관형(Intuition)에 대하여 더욱 관심이 생겼다.
물론 이 두 가지 유형에 대해 흑백을 구분하듯이 명확한 경계선을 그으려는 시도는 잘못이다.
누구나 감각형과 직관형을 혼합 사용하여 외부 정보를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글을 읽는 독자는 어떤 방식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을까.
그러면 이제부터 직관형과 감각형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자.
위키백과 한국어판의 설명에 따르면,
감각형은 '실제적인 인식', 직관형은 '실제너머로 인식'한다고 되어 있다.
국내 서브컬쳐 위키인 나무위키의 설명에 따르면,
감각형은 '숲보다 나무를 본다', 직관형은 '나무보다 숲을 본다' 라고 표현된다.
둘 다 맞는 정의라고 생각하지만 뭔가 좀 아쉬운 감이 있다.
이것보다 좀 더 매력적인 정의가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필자가 떠올린 아이디어가 있었다.
이제부터는 필자의 주관적 해석이 담긴 내용이다.
필자는 '감각형'과 '직관형'을 아래와 같이 재정의해보았다.
감각형 - 차이점을 인식하려는 경향
직관형 - 공통점을 인식하려는 경향
감각형은 세부적인 차이를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숲보다 나무를 볼 수 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모든 나무는 똑같지 않으므로 각각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해낸다.
반면, 직관형은 나무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속성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나무보다 숲을 보게 된다.
실제적인 차이는 다소 배제한 채 추상화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직관형을 뭉실뭉실한 구름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찾을 수 있었다. (※ 그림1을 참고)
<그림1. 감각형/직관형을 형상화한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여기서 필자는 궁금증이 생겼다.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은 각각의 정보 인식 유형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하는 궁금증이다.
그리고는 예전에 필자가 재미있게 시청했던 tvN 채널의 <더 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만약, 독자가 <더 지니어스>의 애청자라면 이해가 더욱 쏙쏙될 것이다.
먼저 <더 지니어스>의 초대 우승자, 홍진호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시즌1의 레전드라고 불리는 두 장면이 떠오르는데, 제7화 '오픈 패스'와 제11화 '5대5'이다.
제7화 메인매치 '오픈 패스'의 경우, 숫자 카드와 기호 카드를 구별하는 게 매우 중요한 게임이었다.
이것을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가넷을 지불하여 다른 색깔(파란색,빨간색)의 카드를 활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홍진호는 카드의 색깔과 관련없이 모든 카드에 적용될 수 있는 '공통된 단서'를 찾아낸다.
그리고 이 화는 마침내 <더 지니어스>의 상징적 장면이 되었다.
제11화 메인매치 '5대5'의 경우, 다양한 출신의 10명의 게스트를 5:5로 나눌 수 있는 명제를 찾아내는 게임이었다.
게스트들과 대화를 통해, 인상착의나 행동을 통해, 게스트의 이름의 특성을 통해, 등등 각자의 전략에 따라 게임에 임했지만,
판세를 완전히 뒤집어 버린 것은 홍진호가 2라운드 시작전 10분간 만들어낸 전략,
즉 5명의 게스트에게 '공통된 속성'을 새롭게 부여하는 것이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공통점'을 인식하는 능력을 우리는 통찰력이라고도 부른다.
위 사례는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직관형' 능력을 매우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감각형' 인물은 어떨까.
<더 지니어스:블랙가넷>과 <더 지니어스:그랜드 파이널>의 우승자, 개그맨 장동민의 경우를 보자.
물론 장동민이 <더 지니어스> 내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 혹은 완전체로서 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지만,
필자가 꼽은 건 그 중에서 블랙가넷 5화 '광부 게임'과, 그랜드 파이널 5화의 '충신과 역적'이다.
'광부 게임'은 <더 지니어스:블랙가넷>에서 장동민과 오현민이 처음으로 게임을 지배했던 화로서,
이들이 완벽한 연합 전략으로 메인매치의 승리를 가져갔던 주요 요인은 '감각'이었다.
이 게임에서는 폭탄을 구별해내는 게 게임을 뒤흔들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는데,
장동민은 '흑단'으로 만든 광물과, '단풍나무'로 만든 광물의 질량 차이를 맨손으로 구별해냈다.
만약,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장-오 연합은 애초부터 전략을 세울 수 없었으므로,
뛰어난 '감각'이 게임의 판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 이후 장동민은 <더지니어스:그랜드 파이널> 2화 '호러 레이스'에서 코인의 무게 및 진동으로 내부 금속(철, 황동)의 차이를 감지하는데, 이들의 질량 차이는 불과 0.1g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실로 대단한 감각이다.
다음으로 <더 지니어스:그랜드 파이널> 5화 '충신과 역적'은 필자가 정말로 소름이 돋았던 에피소드 중 하나다.
9명의 플레이어 중 6명은 충신, 3명은 역적이 되어 진행하는 마피아류의 게임인데,
장동민은 모든 플레이어를 예의주시하며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김경란)을 찾아낸다.
또한, 초반부터 충신팀에 아주 강력한 기여를 했던 최정문이 다른 이들로부터 역적의 의심을 덜 받는 상황에서
장동민은 (다른 충신과는 '다르게') 최종왕의 욕심을 내는 최정문의 숨은 의도를 간파하고 그녀가 역적임을 확신한다.
그리고는 최정문의 배신을 유도하여 마침내 충신팀의 승리에 강력한 기여를 한다.
이처럼 남들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차이'를 인식하고, 그 차이가 주는 '의미'에 대해 찾아내는
개그맨 장동민의 사례는 '감각형' 능력을 매우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어떤 유형의 정보 인식 방법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뛰어나고 균형잡힌 정보 인식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 참고 - MBTI 검사는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유명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상당한 결함을 지니고 있어 주류 심리학에서는 유의미한 심리검사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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