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일어난 두 번의 세계대전 이후,
인간은 '이성(理性)에 대한 회의'와 '국가적 이념에 대한 반발'로,
19세기의 실존주의 철학을 다시 불러왔다.
이후 실존주의 사상을 하부구조(토대)로 하여,
과거의 주요 사상들을 상부구조로 쌓아 올렸는데,
이러한 구조를 그림으로 표시한 것이 위와 같다.
실존주의는 인간의 '개체성'과 '주체성'을 강조하였고,
개인주의는 '개체화된 인간의 권리'(자유, 인권, 존엄성 등)를 강조하였고,
자유주의는 '개체화된 인간의 권리 중 자유'(재산, 종교, 이념, 가치, 취향 등)를 강조하였으며,
자본주의는 개체화된 인간의 자유적 권리 중 '재산 소유의 자유'를 강조했다.
17세기에 태동한 자유주의와, 18세기에 태동한 자본주의는
모두 실존주의의 토대에 맞게 재해석 되어 상부구조로 놓였다.
하부구조에서부터 상부구조로 쌓아올리는 기준은
'개체화된 인간의 쾌락을 증대시키는 관점'에서 구축되었는데,
현대사회는 지금 여기에서 오는 갖가지 문제들을 겪고 있다.
개인의 사적재산 소유 증대와 함께 극심한 빈부격차가 생겨났고,
극단주의적 종교와 사상, 무분별한 혐오 범죄는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뉴미디어 소비 사회에서 개인은 주체성을 잃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던져 볼 수 있다.
'실존주의'라는 하부구조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온 상부구조가
개체로서의 인간의 쾌락을 증대하는 관점에서 구축되었다면,
쾌락의 목적은 무엇이며, 수단은 무엇인가?
쾌락을 추구한 결과는 무엇이며, 원인은 무엇인가?
만약, 현대사상의 하부구조와 상부구조가 정말 위와 같다면,
인간이 돈을 쾌락의 수단이나 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필연적 결과가 아니었을까?
그러면, 앞서 말한 사회적 문제들은 모두 구조 최상단에 있는
'자본주의'만의 문제로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이게 과연, 상부구조만 고치면 다 해결되는 문제인가?
혹시 이제는 하부구조를 통째로 고민해야 할 때는 아닐까?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 필자의 생각은
실존주의가 간과한 빈틈을 궁리하게 만들었다.
현대 철학사의 발전은 '실존주의 → 구조주의 → 포스트 구조주의'의
흐름으로 나아갔다고 하는데 필자의 생각은 이와 전혀 다르다.
실존주의의 극복 방향은 '결정론적 영향을 미치는 보편적 구조'의 발견도 아니고,
이러한 구조를 부정하거나, 저항하거나, 해체하는 방향도 아니다.
실존주의 이후의 두 철학적 경향은 모두 실존주의의 '주체성'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다른 부분에 있다.
필자는 실존주의의 '개체성'에 대하여 반드시 의심해 보아야 하며,
바로 여기서부터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존주의의 '개체성'을 의심하고 나면 '상부구조를 쌓는 기준'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된다.
현대사상의 구조는 '개체화된 인간의 쾌락을 증대'시키는 관점에서 구축되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은 '보편적 인간의 고통을 감소'시키는 관점에서 구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선 '개체성'에 대한 의심이 필수 불가결하다.
지구 상에 완벽하게 '개체'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만약, 그런 인간이 있다면 살아 있어도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관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상정할 수 밖에 없다면,
'쾌락'의 자유를 주목하는 관점보다는 '고통'의 평등을 주목하는 관점으로 가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고통을 겪는다.
현대의 윤리 및 사상, 법과 정책은 모두 여기에 초점을 두고
상부 구조를 다시 쌓아 나가야 한다.
한국사회가 일제강점기의 민족주의, 6.25전쟁 후의 반공주의,
군부 시절의 개발 독재, 80년대의 민주화를 겪고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사회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은
기존의 사상 구조로는 미처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2020년은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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