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utput

언제? 언제?! - 칼 포퍼와 토머스 쿤

by CADRIT 2020. 3. 30.

태국의 한 시장에서 쇼핑을 한 적이 있었다.

옷을 사기 위해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막 나가려던 참이었다.

가게 주인이 나가려는 나를 두고 옷을 팔기 위해 애원하듯 매달렸다.

나는 그냥 한국에서 늘상 얘기하던 습관대로

 

"다음에 다시 올게요."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가게 주인의 태도가 돌변하더니 나에게 역정을 내듯 쏘아붙였다.

 

"언제? 언제?!!!"

 

나는 몹시 당황하여 쭈볏거리며 서 있다가

잠시 후 도망치듯 그 가게를 나왔다.

 

근데, 시간이 오래 지난 후 그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굉장히 철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일이었다.

독일의 학자 카를 마르크스(1818~1883)는

공산주의 혁명의 발생 시기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으로 인해 '언젠가' 일어난다."

 

근데 그 '언제'가 도대체 '언제'인가?

1년 후인가? 10년 후인가? 아니면 수 세기 후인가?

 

이렇게 공산주의 혁명의 발생 시기를 모호하게 얘기할 경우,

마르크스 신봉자들은 이론이 반증될 수 있는 시점을 끊임없이 유예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칼 포퍼가 말한 (과학이 지녀야 할) '반증 가능성'에 위배된다.

 

칼 포퍼(1902~1994)

칼 포퍼는 '반증'에 입각한 과학적 방법론을 중시했다.

연역적 추론을 통해서 만든 가설을 경험적 데이터를 통해 반증하면

해당 가설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연역추론만이 합당한 과학적 추론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반증이 불가능한 것은 비과학으로 치부했다.

칼 포퍼는 당시 과학을 표방하고 나온 정신분석학도 비난했다.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의 '개인심리학'은 개인이 겪는 어떤 문제든

모두 열등감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으므로 결코 반증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는 '반증 가능성'이 없는 아들러의 이론을 비과학적이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칼 포퍼의 견해 또한 반증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은 칼 포퍼의 견해를 두고 이렇게 반박했다.

 

토머스 쿤(1922~1996)

'실제 과학 활동에선 이론이 반증되더라도 바로 폐기되지 않는다.'

 

 

쿤은 이처럼 전통적 과학철학의 한계를 지적하며,

'우리의 사고는 한정된 패러다임 안에서만 가능하다' 라고 말했다.

쿤이 말하는 패러다임이란,

'특정 시대 과학자들이 공유하는 인식 및 지식 체계'이며,

패러다임과 실제 현상간의 유사성을 포착하여 범례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하지만, 기존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변칙사례가 점점 많아지게 되면,

결국,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여 해당 변칙사례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또한, 쿤은 '천동설'과 '점성술'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천동설은 패러다임과 범례가 있었기에 여러 과학적 결과를 얻어냈지만,

점성술은 패러다임도, 범례도, 업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이론은 '패러다임'과 '업적'이 있었을까?

그의 이론이 집대성된 '개인심리학'은 '범례'가 될 수 있었을까?

 

 

 

- 참고자료

http://www.skkuw.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3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