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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 리뷰

by CADRIT 2020. 3. 31.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는

미국의 영화감독 데이비드 핀처의 2014년 작품이다.

세계적으로 무척 유명한 감독이지만,

필자는 그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해 본 적이 없었다.

마침 이번에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어 리뷰를 남긴다.

 

 

- 플롯(Plot)보다 캐릭터(Character)

 

이 영화는 '구조'보다 '인물'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과거의 다른 작품 중에 이런 캐릭터를 본 적이 있던가?'

라는 질문을 해보았을 때 도무지 떠오르는 캐릭터가 없었다.

난생 처음보는 캐릭터였다.

 

만약 감독이 '구조'를 중시했다면,

'에이미'의 계획이 드러나는 시점을

클라이막스에 매우 가깝게 배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애시당초 플롯이나 반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 속을 더 깊게 파고 들었다.

 

플롯보다 캐릭터에 집중하겠다는 감독의 선택은

이 영화에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작품이 일반적인 장르의 관습을 따라가지 않다보니,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되었다.

 

사실 이야기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결혼 5주년을 앞두고 홀연히 사라진 아내를 찾는다'

그렇지만 짧은 줄거리에 담을 수 없는 캐릭터의 깊이가 놀라웠다.

 

 

- '나를 찾아줘'는 페미니즘 영화?

 

필자는 이 영화가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 매우 충격을 받았다.

이 이야기는 여성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Gillian Schieber Flynn(1971~)

 

이 영화의 원작은 '길리언 플린'이 쓴 소설이다.

영화 평론가 테렌스 레페티(Terrence Rafferty)는 소설 안에서

우울하고 찌질한 남성들을 대담하게 파멸로 인도하며,

주체적으로 스토리를 이끄는 여성 캐릭터의 존재를 주목했다고 한다.

(하단 출처 참조)

 

물론, 희생양이나 수동적인 존재로부터 벗어나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살인자가 되기를 꿈꾸는 건 페미니즘과 상관없지 않던가.

어떠한 사상적·이념적 토대를 끌고 와서 '에이미'를 변호한다고 해도,

그녀가 했던 범행은 미화되거나 합리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녀의 야심찬 복수가 여성인권의 신장을 나타낸다면,

복수를 완성한 후의 그녀의 삶을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가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행동은 용납되며, 그녀의 행복은 쟁취되는 걸까?

과연, 페미니스트들은 이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느낄까?

 

 

- 인간 에이미(Amy)의 삶

 

필자는 이념이나 사상의 장막을 모두 걷어내고,

오직 인물 '에이미'에 집중해서 작품을 재해석해 보았다.

 

에이미는 하버드 대학 출신의 수재이다.

그녀의 부모님이 쓴 베스트셀러 동화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모델이기도 했던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강한 압박을 느끼며 자라왔다.

부모의 욕망이 고스란히 그녀에게 투사되었던 것이다.

에이미는 동화 속 그녀와 실제 자신의 사이에서 늘 비교를 당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만났다고 생각했던 '닉'과의 결혼생활은

그녀가 꿈꾸던 판타지와 괴리가 컸다.

결혼 후 모든 것은 '닉'의 의지대로 흘러갔다.

미국을 휩쓴 경제불황에 실업자가 된 부부는

'닉'의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뉴욕을 떠나 미주리 주로 이사를 간다.

'뉴욕'은 '에이미의 삶'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따라서, 에이미는 닉을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린 것이다.

 

이후에 벌어지는 닉의 외도와 에이미의 복수는 차치하고,

이 스토리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바로 '언론'이다.

언론은 에이미가 쓰고 있는 '가면'을 비추어 준다.

외부로부터 보여지는 '이미지(Image)'.

그녀가 복수를 위해 계획했던 갖가지 수법들도

결국은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기반하고 있다.

에이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타인의, 타인에 의한, 타인을 위한 삶'

 

 

- 자기혐오로부터 싹을 틔운 가면 무도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에서 정의하는 성격장애 중에서

이른바 '나르시시즘'이라고 불리우는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는

자기애가 아닌 '자기혐오'에 가깝다고 한다.

진짜 자신으로부터 도피하여 자신의 '가면(Persona)'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이미지(가면)를 깨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게 되며,

그러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이들은 인생 전체가 '사랑받기 위한 하나의 거대한 연극'과 같으며,

대체로 성장과정에서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발생한다고 한다.

 

이러한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이 부모일 경우,

자식을 소유물처럼 여기며 지나친 기대를 하는데, 

극 중 에이미의 부모는 이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에이미는 불행하게도 그녀의 부모로부터

이러한 성격장애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셈이다.

 

나르시시스트는 보통 주변 사람에게

매우 훌륭한 사람으로 인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을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피해자의 잘못을 의심하곤 한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이중으로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은 '닉'의 처지와 꼭 닮아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공감능력이 없기 때문에 반사회적 행동을 하기도 하며,

심지어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종종 보인다고 한다.

때때로 극단적인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이는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너무나도 소중히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에이미가 자해를 하면서까지 복수를 계획했던 이유와

그녀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연극같은 삶을 계속했던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었다.

 

 

- 에이미는 '잃어버린 나'를 찾았을까?

 

끝으로, 우리는 영화의 제목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영화의 원제 'Gone Girl'은 무엇을 의미했을까?

물리적으로 사라진 여자를 의미했을까?

아니면, 정체성을 잃어버린 소녀를 의미했을까?

그리고, 이 영화는 정말 해피엔딩으로 끝난걸까?

 

 

 

 

 

 

 

- 참고자료

https://femiwiki.com/w/%EB%82%98%EB%A5%BC_%EC%B0%BE%EC%95%84%EC%A4%98

 

나를 찾아줘

나를 찾아줘(영어: Gone Girl)는 데이빗 핀처 감독[1]의 미국 영화로 2014년에 개봉했다. 주연 배우는 로자먼드 파이크(Rosamund Pike)[2]와 벤 에플릭(Ben Affleck)[3]이다. 길리언 플린의 소설 'Gone Girl'이 영화화 된 것이다. 배급은 20세기 폭스.

femiwiki.com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394

 

영화 ‘나를 찾아줘’ 에이미, 우아하면서도 영특한 사이코패스 - 여성신문

지적이고 아름다운 하버드 대학 출신의 에이미는 심리학자 부모가 쓴 베스트셀러 동화 ‘어메이징 에이미’의 주인공이다. 어느 날 뉴욕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중 작가인 닉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남 부러울 것 ...

www.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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