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 무엇일까?
날카로운 관찰력?
논리적인 구성력?
번뜩이는 통찰력?
허를 찌르는 표현력?
물론 방금 언급한 것들 역시 모두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창작자에게 필요하며,
감히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덕목은 바로 '솔직함'이다.
사회적 가면 뒤에 감추어진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그 내면을 가감없이 대중 앞에 드러낸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소심한 기도'(p.16)에서 볼 수 있는 저자의 자기 고백과
'필명'(p.48)에서 볼 수 있는 저자의 자기 반성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래도록 잔상처럼 남았다.
성장을 위해선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
배움을 위해선 무지를 깨달아야 한다.
무언가 채우기 위해선 비워야 한다.
모두 당연한 말들이지만,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으면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그 동안 외면해 왔던 자신의 본 모습과 마주하여,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곧 더 나은 삶을 위한 시작이 된다.
본질을 감추는 대가는 도리어 참담해질 수 있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라캉의 말처럼,
남들만 좇으며, 나답게 살지 못하는 삶은
본명의 삶도, 필명의 삶도 아닌, 익명의 삶이 되고 만다.
7개의 파트로 구분된 각각의 시들을 읽으며,
나 다운 삶을 살면서도 섭리 앞에선 겸손해지고자 하는
저자의 각오와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70편의 시로 구성된 시집은
때로는 내게 공감을 주었으며,
때로는 나를 빙긋이 웃음 짓게 했다.
아마도, 저자의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그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시집에 수록된 작품 한 편을 소개하며,
본 리뷰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요놈은 어떻고 / 저놈은 어떻고 / 그만 논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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