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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비티> 리뷰

by CADRIT 2017.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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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이 영화를 본 지도 꽤 오래되었고,


나 이외에도 이 영화를 리뷰한 사람이 많을텐데,


굳이 내가 또 이 영화에 대해 더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날 위해서 리뷰를 남겨놓으면


먼 훗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글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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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관계'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살다 보면 그런 감정 자주 느끼지 않던가.


'아,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사람들 상대하는 거 너무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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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웬걸,


우주는 딱 그런 공간이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운 곳.


자신을 가십거리 삼아 욕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아주 고요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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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여주인공은 그 우주 안에서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리고 살아서 지구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끝끝내 지구로 도착한다.


지구로 도착한 여주인공은 흙을 움켜쥔다.


생명의 젖줄인 땅을 밟고, 결국 중력을 딛고 일어선다.


그게 이 영화의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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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플롯은 군더더기가 없다.


생존이 목적인 재난영화의 플롯에 충실하다.


다만, 이 영화는 비유와 상징이 많다.


우주와 지구라는 공간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해 낸 상징적 공간이다.


마치 시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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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사실 'Gravity'와 의미적으로 직결된다.


Gravity는 여기서 '중력'으로 번역하기보다는


'인력(引力)'으로 번역하면 보다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세상에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모두가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는 게 필연적이라면


그건 꼭 자기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인력(引力)'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 자기 방향으로 힘을 주어 끌어당기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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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우주'라는 공간을 '죽음의 공간'으로 상징한다면, 


반대로 '지구'는 '생명의 공간'을 상징한다.


중력(Gravity)이 존재하지 않는 '우주'와 달리, 


엄연히 중력(Gravity)이 존재하는 '지구'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력(引力)으로 인해 


새로운 생명이 잉태될 수 있다는 것도


앞서 언급한 두 공간의 의미와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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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치는 삶에 회의감을 느껴,


때때로 다 벗어던지고 홀로 떠나고 싶을 때 


난 종종 이 영화를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영화 속 여주인공의 마지막 순간이 될 뻔했던


고요 속 흐느낌의 장면을 머리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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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주에서 여주인공이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면서 흐느낄 때,


지구에선 어린 생명이 힘차게 울어대던 그 대조적인 장면.


어쩌면 인생은 어떻게 사는냐보다,


어떻게 죽느냐가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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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당시 타 블로그에 작성했던 본인의 리뷰를 조금 다듬어서 티스토리에 다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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