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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서울역' 리뷰 (스포일러 있음)

by CADRIT 2016. 10. 11.

 

 

 

 

 

 

 

 

작품 속 서울역은 노숙자로 가득찬 공간이다.

 

그 노숙자들은 병간호가 필요한 상황에서조차 짐짝으로 취급받는, 한마디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말살당한 존재.

 

작품은 사회의 그늘 속 인물들을 조명하며 서서히 이야기를 풀어간다.

 

 

 

 

노숙자들로부터 이 작품이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들은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 잠을 청할 '공간'으로서의 집이 없는 존재이자,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취할 '가정'이 없는 존재임을 동시에 뜻하기 때문이다.

 

 

 

 

서울역 곳곳에 좀비가 창궐하고, 겨우 도망친 긴 어둠의 터널에서

 

여주인공이 집에 돌아가고 싶다며 눈물을 훔칠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숙자는 자신은 돌아갈 집조차 없다고 갓난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린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없다.

 

 

 

 

영화의 중후반부, 좀비로부터의 기나긴 도망 끝에

 

겨우 한숨을 돌린 곳은 공교롭게도 아파트 모델하우스이다.

 

집처럼 생겼지만 집이 아닌 곳,

 

안정과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곳.

 

아파트 모델하우스라는 장소는, 여주인공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아버지가

 

실상, 아버지가 아닌 포주였다는 반전이 펼쳐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장소였다.

 

 

 

 

'모든 것은 이 곳에서 시작되었다' 라는 서울역 포스터의 문구는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엔 너무 의미심장하다.

 

병든 노숙자에 대한 무관심으로부터 시작된 사태.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좀비 무리들은 마치 군중의 폭동을 연상케 한다.

 

마치 빈민들의 분노를 나타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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