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도리 GO>, 추억이 담긴 장소와 증강현실 게임의 결합
무한도전은 시청자와 함께 늙어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의 도전과 성장의 경험을 시청자와 공유하며 한국예능의 역사를 새로 써 나가고 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출연진의 변동이 종종 있었지만, 무한도전의 대표 캐릭터인 유재석씨는 여전히 그 중심을 지키고 있다.
그는 어쩌면 김태호PD의 페르소나를 넘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생각에 과장을 보태자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곧 유재석씨의 태도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기획자가 보여주고 싶었던 '도전의 의미'는 유재석씨를 통해 가장 잘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능의 범주 안에서 그 의미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다른 캐릭터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도전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반칙을 하는 사람도, 룰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도 있어야,
도전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태도를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그 안에서 진정한 '도전'의 의미를 시청자의 해석에 맡길 수 있게 된다.
무한도전은 이번 500회 특집에서 수많은 도전의 발자취가 남은 장소들을 결코 평범하게 회상하지 않았다.
추억 속 장소들을 증강현실 게임과 접목하여 자연스럽게 출연자의 체험 속에 녹아들도록 만들었다.
또한,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출연자의 행적을 따라, 오래 전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꺼내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실로 제작진의 놀라운 기획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먼저 제작진이 증강현실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이번 특집은 이미 한물간 '포켓몬 GO'를 패러디한 특집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증강현실이라는 기술이 주는 의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활용한 특집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무도리를 잡고 안잡고는 사실 정작 중요한 게 아니다.
과연 증강현실 기술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추억의 매개체로 활용할 줄 누가 감히 예상이나 했을까.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다운 특집이었다.
앞으로 무한도전의 1000회까지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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