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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2019)' 리뷰

by CADRIT 2019. 12. 5.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한국을 뜨겁게 달군 페미니즘.

그리고 그 페미니즘이 만들어 낸 밀리언셀러 소설.

또한, 갈수록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2030 성 갈등.

 

여러모로 <82년생 김지영>은 안 볼 수 없는 작품이었다.

도대체 이야기 속 어떤 메시지가 누군가는 열광케 하고,

누군가는 분노케 하도록 만들었을까.

 

어제 마침내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여기 필자의 짧은 소감을 남겨 본다.

 

*

 

먼저, 작가의 발상에 대단히 동의하는 부분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단정하려는

한국 사회의 경향을 꼬집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주인공을 정신질환을 겪는 인물로 그린 점이다.

 

사실 김지영이 겪는 문제는 김지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한 개인이 고스란히 감내하면서 쌓아오다가

그러한 울분이 정신적 이상 증세로 드러났을 때, 

'여러분, 이게 정말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시나요?'

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김지영이 빙의되는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다른 인물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던 점은

폭넓은 연령대의 공감을 사기에 매우 효과적인 설정이었다.

 

*

 

하지만 이런 설정으로 인해 본 스토리가 가지는 한계성도 동시에 드러났다.

원작 소설은 읽어 보지 못했지만, 영화 시나리오 전개 상으로는

이야기가 가장 극적으로 고조되는 부분이 김지영의 친정 어머니가 

딸의 문제를 알게된 후 그녀의 집으로 찾아왔던 장면이다.

 

김지영의 친정 어머니는 딸의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주면서 위로의 말을 건네는데,

이 때 김지영은 외할머니로 빙의하여 친정 어머니에게 숨겨두었던 속마음을 전한다.

 

이 장면을 통해서,

김지영의 문제가 비단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며,

이러한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해 고통받은 여성이 비단 김지영 세대만이 아니며,

어머니 세대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뿌리깊은 문제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그러나, 이 장면에 내포되어 있는 메시지의 한계는 아래와 같다.

대중영화 스토리의 구성은 본질적으로 감성이 점층되도록 진행되기 마련인데,

갈등이 최고조로 증폭되고, 쌓였던 울분이 터지는 장면이

김지영 세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갈등의 최정점의 시기가 어머니 세대에 있었다가

김지영 세대로 오면서 점차적으로 소강되었으나,

아직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있다는 말이다.

 

*

 

필자는 2030 성 갈등이 뉴스화 될 때마다 안타깝다.

이는 갈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각종 매체가 현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왜 갈등의 주체가 2030 남성 vs 여성이어야 하는걸까?

현재의 제도와 문화를 그들이 만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이 모든 책임을 떠맡고 서로 싸워야 하는가?

 

2030 남성여성이 사회구조적 문제에 치이고 떠밀리다가

이를 개인적 문제로 내면화하고 서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현 세태를 무책임하게 방관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반성[反省]하는 선배가 없는 사회.

그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 모습이라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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