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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교회와 이단' 리뷰

by CADRIT 2020. 3. 9.

- 두 개의 바이러스(Virus)

 

 

2019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첫 발병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COVID-19)'에 의해 대한민국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사건과 더불어 또 하나의 바이러스가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그것은 바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다.

 

신천지는 1984년에 이만희가 창시한 기독교계 신흥종교이며,

다수의 개신교 교단들은 이들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바이러스같은 믿음이 사회 전역에 퍼지게 되었을까?

이들은 숙주인 개신교의 어떤 약점을 파고 들어 증식해 나간 걸까.

 

필자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단 종교와 관련된 책을 찾게 되었고,

이단 연구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인 탁지일 교수의 책을 펼치게 되었다.

 

 

 

- 무엇이 한국 교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교회에 청년이 없다"

 

언제부턴가 교회 안팎으로 심심찮게 나오던 말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청년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었다.

 

왜 요즘 한국의 청년들은 교회에 잘 나가지 않는걸까?

왜 한국의 수많은 20대는 신천지에 빠지게 되었을까?

한국 교회가 청년들의 어떤 니즈(Needs)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던 걸까?

 

신천지는 개신교를 숙주로 한 바이러스(Virus)이다.

만약, 숙주의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다시 말해, 한국 교회가 건강한 상태였다면,

신천지가 이처럼 득세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한국 교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 신앙과 행동의 불일치 

 

<교회와 이단>의 42페이지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신행일치의 높은 도덕성을 지닌 교회만이

사회와 이단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답할 수 있다.

부의 세습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고난의 승계에 고마워할 줄 아는 교회만이

세대교체 중인 이단들의 몰락과 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p.42)"

 

 

한국 교회는 신앙과 행동이 일치하는가?

사실 사회는 신도들을 바라볼 때 그들의 교리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이 빛과 소금의 삶을 사는가,

행함과 사랑이 있는가,

긍정적이고 이타적인 영향을 끼치는가,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가,

 

등의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덕성에 대한 교회의 태도는 어떠한가?

이에 대해서는 책의 32페이지에서 발췌한 내용을 적어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교회는 이단 교주만을 정죄하고,

소위 정통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비윤리적인 교회 지도자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런 결정을 과연 합리성과 형평성을 중요시하는

교회 구성원들이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이것이 불공평하고 비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교회 이탈을 촉진하는 명분이 되는 것은 아닐까?(p.32)"

 

 

"교회의 문제는 교세와 규모의 약화가 아니라, 오히려 상식의 결여에 있다(p.5)."

 

 

탁지일 교수는 한국 교회의 뼈아픈 부분을 지적하고 있었다.

 

 

 

-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관심과 권위적 문화

 

 

이단의 최신 트렌드가 '여성시대'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탁지일 교수가 풀어놓는 한국 교회 내부의 모습은 안쓰럽고 처량하기까지 하다.

이에 대해서는 책의 내용을 직접 인용해 보겠다.

 

 

"교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교회의 영광의 자리에 앉기보다는

헌신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을 운명적으로 강요당해왔던 여성들(p.71)"

 

"새벽부터 교회를 쓸고 닦으며, 축도가 끝나기도 전에 부엌으로 달려가

교우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교회 여성들의 애틋한 마음 씀씀이가 있었기 때문에

따뜻하고 포근한 신앙 공동체가 유지되어 왔다.(p.191)"

 

 

교회 내에서의 여성들의 헌신과 희생은 당연한 것인가?

과연 누가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하며, 누가 영광을 받아야 하는걸까?

 

책에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여호와의 증인은 한국 교회 전체의 열배 정도에 이르는 수화 통역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신천지를 비롯한 각종 이단들은 시각장애인 인터넷 사이트에 음성변환이 가능한

각종 교리 교육용 파일들을 올려 놓는 등 곳곳에 미혹의 덫을 설치하고 있다.(p.196)"

 

 

율법학자, 제사장, 고위 관료보다

사회적 약자를 먼저 생각했던 게 예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한국 교회는 지금 누구의 말씀을 따르고 있는걸까?

 

신천지의 포교 과정을 보면 매우 체계적이며 집요하다.

그 사람의 평소 취향이나 관심사부터 시작해서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에게 어떤 고민이 있는지, 또 어떤 결핍이 있는지를 알고 나면,

아주 자연스러운 기회를 통해 만남을 주선하고 포교를 시작한다.

 

지금 한국 교회는 사회적 약자와 주변 이웃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이단 종교의 바이러스는 숙주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공격을 했던 것이다.

 

그럼, 한국 교회가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면역 체계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없을까?

노화되고 병든 교회를 건강하고 젊고 활기찬 조직으로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에 관해서는 책의 193페이지의 말을 인용해본다.

 

"교회 안의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의 이유 있는 주장을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닌

순종과 불순종의 잣대로 받아들인다.

다음 세대와의 소통이 점점 단절되어 가는 이유다.(p.193)"

 

 

션 맥도웰은 <다음 세대를 위한 변증>에서 오늘날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의문을 갖는 문제들에 대해서 납득할 만한 답을 듣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거의 권위적인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윗사람의 말을 고분고분 따를 때는

납득이 잘 되지 않더라도 부모를 따라서 교회에 출석했으나,

오늘날과 같은 탈권위적 문화에서는 이러한 교회의 태도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하단 기사 링크 참조)

 

2020년에 걸맞는 한국 교회는 청년들에게 '믿음'의 명령을 하달하는 곳이 아니라,

그들의 내면적 '성숙'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 건강한 교회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탁지일 교수는 저서를 통해, 교회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사랑'과 '치유'와 '회복'의 역할로 돌아갈 것을 강조한다.

필자는 이와 더불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바로 '기성세대의 반성'이다.

 

과거 한국교회의 눈부시고 찬란했던 성장기만 생각하며 사는 것을

(탁지일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므두셀라 증후군'이라고 한다.

 

과거의 좋고 아름다웠던 것만 생각하고 추억하려고 하다보니,

필연적으로 성장이 멈추고 퇴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한국 교회가 더욱 '성숙'해질 수 있으려면,

이단에게 적용하는 잣대를 스스로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심되면 의심하세요! 의심이 안심입니다!"

 

라는 공익광고협의회의 문구는 이단과 관련된 어떤 영역에 적용해도 부족함이 없지만(p.194)

개신교 스스로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믿음'만으로는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연시 해 왔던 모든 것들을 돌이켜 보는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신교 신도들이 이웃에게 '사랑'을 행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다가가 '치유'와 '회복'의 역할을 다하며,

사회 곳곳에서 의미있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결코 어떤 바이러스도 침투할 수 없는 건강한 교회로 되돌아올 것을 확신하며 이 글을 마친다.

 

 

 

 

- 참고자료

 

[도서] 탁지일, <교회와 이단>, 두란노, 2016

[기사] 젊은이와 소통없는 교회에는 희망이 없다

http://www.c-herald.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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