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필자는 넷플릭스 드라마 '메시아' 리뷰를 통해,
'메신저보다 메시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로가기 링크)
넷플릭스 '메시아(Messiah)' 리뷰
- "모두가 뭔가를 숭배해요. 숭배의 대상만이 선택사항이죠. 누군가는 돈 앞에 무릎을 꿇고, 누군가는 권력과 지성을 숭배해요." - 극 중 '알 마시히'가 CIA 요원인 '에바 겔러'에게 한 말이다. 2020년을 살고 있..
cadrit.tistory.com
근데 이후 곰곰이 생각을 곱씹어 볼수록,
'응? 이거 어디선가 들어본 말 같은데?' 같은 기시감을 느꼈다.
필자는 그 느낌의 근원을 찾고 싶어서
천천히 지난 경험들을 거슬러 올라갔다.
먼저, 필자가 봤던 영화 중에서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라이프 오브 파이(2012)'를 떠올렸다.
소설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결말은
두 개의 이야기(전달자) 중 어떤 것이 진실이냐 보다
이야기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중요함을 암시한다.
이러한 중심 생각은 종교에서 더욱 가깝게 찾아볼 수 있다.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의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는
그의 저서 '예수는 없다(2001)'라는 책에서
성경에 쓰여있는 문자(전달자)를 그대로 믿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깨닫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사상은 '진화생물학'에서도 나타난다.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1976)'에서,
개체로서 존재하는 인간(전달자)보다
그러한 생존기계 안에 있는 유전자에 더욱 주목했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사상은 언어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근대 구조주의 언어학의 시조라 불리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1857~1913)는
기표(signifiant, 단어의 소리)보다
기의(signifié, 의미하는 바)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는데,
기의(signifié)의 개념을 정의할 때에도,
'기표가 지시하는 대상'이 아니라,
'기표가 환기시키는 대상의 심적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기표(signifiant)가 마치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번엔 심리학으로 넘어가 보자.
일본의 저명한 심리학자 '가토 다이조'는
그의 저서 '비교하지 않는 연습(2018)'에서 이런 말을 한다. (바로가기 링크)
도서 '비교하지 않는 연습' 리뷰
가토 다이조의 저서를 다시 만난 건 무려 20여년 만이다. (가토 다이조- 바로가기 링크) 가토 다이조(加藤 諦三/1938~)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예술작품이나 사회이슈를 주제로 글을 썼던 적은 있지만, 특정 인물에..
cadrit.tistory.com
-
"열등감에서 비롯된 행동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과적으로 당사자의 열등감을 깊게 만든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뒀음에도 사생활이 파탄에 이른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람에게 사회적 성공은 열등감의 과잉 보상인 경우가 많다."
-
이러한 저자의 견해는 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의 주장과 매우 비슷하다.
아들러가 강조하는 것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사람이 추구하는 행동의 원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의 목적에 숨어있는 열등감이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주장에 따라,
가토 다이조의 저서 내용의 의미를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행동'은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한 수단'이며,
'행동의 목적'은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우월성 추구' 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 사람의 '행동'은 그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던
열등감을 드러내주는 '전달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사상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이번엔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를 만날 수 있다.
알프레드 아들러가 말하는 '열등감'을
쇼펜하우어가 쓰는 '맹목적 의지'라는 표현으로 바꾸면,
그 둘의 의도하는 바가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맹목적 의지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근데 만약 이것을 '인과관계'로 해석하게 되면,
고통(결과)을 없애기 위해 맹목적 의지(원인)를 차단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금욕주의'나 '염세주의'와 같은 결론을 얻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메신저-메시지의 관계'로 해석하게 되면,
고통이 가리키는 바는 다르게 해석된다.
인간이 고통(전달자)을 통해 맹목적 의지를 깨닫게 되면,
자신의 아픔 뿐만 아니라 타인의 아픔도 느끼게 되며,
그러한 동정심을 통해 타인을 해치지 말고 도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무엇이 메신저(전달자)이며,
무엇이 메시지인가?
'Outpu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가 지는 때에 (0) | 2020.03.20 |
---|---|
도서 '비교하지 않는 연습' 리뷰 (0) | 2020.03.19 |
도서 '개인주의자 선언' 리뷰 (1) | 2020.03.17 |
넷플릭스 '메시아(Messiah)' 리뷰 (2) | 2020.03.12 |
주식에 투자할 계획이라면 (0) | 2020.03.12 |